교토 여행 둘쨋날.
아침부터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쬔다.
예상하고 각오도 했지만...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오늘의 첫 여정은 청수사[기요미즈데라].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버스 정류장.
일본 버스는 뒷문으로 승차하여 앞문으로 하차한다.
승차할 땐 그냥 타고 하차할 때 ICOCA를 태그하면 된다.
버스 내부 앞쪽의 전광판에 내릴 곳이 표시되기도 하지만, 한국어 안내 방송도 나온다.
기요미즈미치 정류장에서 하차.
횡단보도를 건너 기요미즈자카(淸水坢, 700미터 정도 골목길)를 걸어가면 기요미즈데라(淸水寺)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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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미즈자카의 주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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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미즈자카 초입은 한산하더니, 청수사가 가까워질수록 길은 인산인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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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에 이어 각종 상점이 즐비하다.
몇 군데 상점을 들러보긴 했지만 아이쇼핑만 했다.
상품의 색상이 대체로 화려하다는 느낌...
기모노를 대여해주는 곳도 있다. 기모노 체험을 해볼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날씨 관계로 pass.
드디어 청수사다.
우리 가족 입장권. 1인당 500엔.
계절에 따라 입장권이 다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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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적인 풍경
본당에서 바라본 건너편 숲. 눈이 시원하다.
본당의 모습은, 이 탑이 보이는 숲 쪽에서 찍어야 제대로 보인다.
본당에서 내려다 본 오토와폭포.
청수사(물이 맑은 절)라는 명칭이 이 폭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폭포에서 세 갈래의 물이 나오는데 각각 학업, 연애, 건강을 뜻하고, 물을 받아 손을 닦으며(마시지 않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세 가지 다는 안 되고 두 가지만 빌어야 들어준다)고 한다.
믿어야 하나??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게 보인다.
나는?
같이 간 세 사람 사진 찍어주기만 하고 물을 받지도, 소원을 빌지도 않았다. ㅎ
본당에서 볼 때 숲 사이로 꼭대기만 보이던 탑. 목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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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탑 쪽에서 찍은 본당
청수사를 나오기 직전, 경내에 이런 찻집이 있다.
청수사는 우리나라의 절과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불당, 탑, 부도의 양식이며 채색도 다르고, 불당 내의 불상도 많이 다르다.
또, 경내의 조형물도 낯선 게 많았다.
첫날 간사이공항에서 교토역까지 JR을 타고 오면서 창밖 풍경에서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는데,
청수사에서 받은 느낌은...청수사는 '낯선'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절이라는 것.
다음은 니넨자카, 삼넨자카로 간다.
이름과 관련해서는, 니넨자카와 삼넨자카가 각각 다이도(일본의 연호) 2년(807년)과 3년에 만들어져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과, 이 언덕(자카)에서 넘어지면 2년, 3년 안에 죽는다는 무서운 이야기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몇 가지 설이 있다. 아마도 첫 이유에서 유래한 듯 싶지만, 여행자는 둘째 이야기에 솔깃한다. 우리나라의 '삼년 고개' 이야기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니넨자카와 삼넨자카는 에도 시대에서 다이쇼 시대까지의 전통 가옥들이 즐비한, 전통가옥보존지구이기도 하다. 그 가옥들 대부분이 상점이 된 건 좀 그렇지만...
전통가옥이 보존되어 있다는 점에서 서울의 북촌과 비슷한 곳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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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사에서 나와 조금 내려오다 보면 오른쪽으로 니넨자카 가는 이정표가 있다.
더운 날씨에도 관광객들이 많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 스타벅스.
특이하게...다다미에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도 있었다...
빈 자리가 없어서 둘러만 보고 나왔다.
흥정사 가는 길이라고 하는데... 계획에 없던 곳...그냥 사진으로 대신하고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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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가 유명한 집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자리가 없었다.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이 집(2층)에서 음료를 사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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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영산호국신사와 고태사...예정에 없던 곳...사진만 찍고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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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라는데, 정원 안에 죽은 자를 위한 공간(위 오른쪽 사진)이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신사가 많고(그곳에 죽은 자를 위한 것이 많음), 정원 안에도 죽은 자를 위한 공간이 있고...
일본인들에게 죽음은 삶과 공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
마루야마 공원 가는 길에 기모노 체험을 하는 한 쌍을 보았다...
마루야마 공원.
봄이면 벚꽃으로 유명한 공원이라고 한다.
덥다는 핑계로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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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까마귀가 많았다. 까마귀의 몸집이 상당히 큰 게 인상적이었다.
야사카 신사.
일본인들은 주황색을 좋아하는 건가? 청수사에서 본 탑도 그렇고 이 신사에도 주황색 채색이 인상적이다.
일본에는 신사가 참 많다. 어떤 책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난다. 일본에는 옛날부터 지진,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해서 모시는 신이 많다 보니 그 신들을 모시는 신사도 많다는. 교토에 와 보니 그 말이 수긍이 간다.
일제 강점기 때의 신사 참배 강요, 일본 극우 정치인들의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때문에 신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정치적인 요소를 배제한다면, 신사에 대해 다르게 볼 여지도 있을 듯... 우리네 민간신앙처럼...
무슨 행사(공연?)인가 모르겠는데...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샤미센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야사카 신사를 나와,
더위 탓에 일정을 변경하기로...
니조성, 금각사가 일정에서 지워진다.
와이프와 딸은 시원한 백화점으로 쇼핑하러 가고,
나는 아들과 도시샤 대학으로 간다.
도시샤 대학은 내가 가고 싶었던 곳...당초 여행 계획에 없던 곳인데 아들이 나를 위해서 같이 가주었다. 고마운 아들~~
지하철로 내려가는 길. 우리나라와 달리 좌측 통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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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사가 도시샤 대학과 이어져 있다.
도시샤 대학에 온 이유는 한 가지, 이곳에 시인 정지용과 윤동주의 시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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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은 도시샤 대학에 입학해서 졸업했고, 윤동주는 편입해서 졸업을 못했다고 한다. 재학 중 피검되어 감옥에서 옥사했기 때문이다.ㅠㅠ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어 //
대학 노-트를 끼고 /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려 간다.
윤동주의 시 '쉽게 씌어진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이 대학에 재학 중이던 어느 날 썼을 시...
젊은 윤동주의 고뇌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는 여행자의 마음은 한동안 숙연했다...
도시샤 대학 정문
다음은 교토교엔, 교토고쇼로 간다.
교토교엔 들어가는 문. 이런 문이 이곳 외에도 몇 군데 더 있다.
교토교엔은 봄이면 벚꽃이 장관이라고 한다.
교토고쇼는 교토교엔 내에 있다.
교토고쇼는 1331년부터 1869년까지 약 500년 간 천황이 거처하던 거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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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는 없고, 정문을 들어서면 경찰이 가방 검사를 한다.
휴게실이 있어서, 고쇼 관람에 앞서 물도 마실 겸 잠시 쉬었다.
안내소에서 한국어로 된 팸플릿을 챙겨 관람에 나선다.
관람은 정해진 코스(시계 반대 방향)를 따라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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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쇼의 건물들. 황금색의 화려한 단청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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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이테이. 아기자기하니 아름다운, 천황의 정원이다.
녹음이 우거진 교토교엔.
그러나, 걷는 사람의 더위를 막아주지는 못했다.
교토고쇼 관람을 마치고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검색해 본 몇 군데 다 브레이크타임...
다행히 브레이크타임 얘기가 없는 소바집을 찾아갔는데...ㅠㅠ 브레이크타임.
그래서 결국 브레이크타임 없는 맥도날드에서... 남의 나라 여행가서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맥도날드라니...
식사를 마치고 이산가족 상봉하러 가던 길에 찍은 사진...
이색적인 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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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장소는 니시키 시장.
이 곳도 사람들로 북적댔다.
커피는 역시(?) 스벅.
점심 먹고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마셨지만
하루 한 잔만 마시기로 한 다짐을 깨고, 또 마셨다.
교토역 지하에 'Natural Garden'이란 마사지숍이 있다.
하루의 피로를 마사지로 풀고
숙소로 go.
날씨 핑계로 여정을 축소하고 변경했지만
오늘 갔던 곳
청수사,
도시샤(동지사) 대학교,
교토고쇼는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다시 교토에 가게 된다면,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다시 가게 된다면(그건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교토 여행을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낯선 듯 낯설지 않다는, 첫날 받은 인상과 달리
일본은 일본이다.
확실히 다르다.
좌우가 다른 차선
신사가 많은 것
화려한 채색
이런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깨끗한 거리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많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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